2025년 개발자 회고
들어가며
24년은 혼자 공부하고 혼자 고치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25년도 비슷할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좀 달라져 있었다. 혼자 성장하는 것에서 배운 걸 알려주는 경험을 한두 번씩 쌓게 됐다.
이번 글은 그런 변화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정리한 글이다.
서비스 안정성을 높이기
상반기는 실무에서 부딪힌 문제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데 시간을 많이 썼다.
환자 앱에서 로그인할 때 데드락이 터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걸 해결하고 나니 환자의 최신 마케팅 이력 업데이트 실패가 사라졌다. 예약 쪽에서는 같은 시간에 예약이 겹치는 일이 종종 있어서 Redis 분산 락을 도입했고, 이중 예약이 사라지면서 병원이나 환자 쪽 혼선이 줄었다. 원격진료도 끊김 현상이 있었는데, 안정화하고 나서는 0건이 됐다.
코드 리뷰가 팀에서 잘 안 돌아가는 게 계속 신경 쓰여서, Slack 알림이랑 AI 코드 리뷰를 자동화하는 걸 만들기도 했다.
대외활동으로는 토스 러너스하이 1기에서 비즈니스 관점의 기술 선택을 배웠고, 글또 10기를 마무리하면서 글쓰기 습관을 어느 정도 만들었다.
상반기 회고에 좀 더 자세히 적어뒀는데, 돌이켜 보면 눈앞의 문제를 하나씩 고쳐나간 시기였고 그 과정에서 쌓인 것들이 하반기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배우고, 알려주고, 고민하기
하반기에는 대외활동과 실무 양쪽에서 꽤 많은 일이 있었다.
대외활동
루퍼스 백엔드 2기를 10주 동안 진행하고, 수료 후에는 3기 엔젤을 신청하여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기술도 배웠지만, 함께 성장한다는 게 나란히 걸어가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만들어주는 거라는 걸 느낀 게 더 컸다.
6월과 12월에는 크래프톤 정글에서 팀 프로젝트 멘토링을 했다. 첫 멘토링이어서 부담이 컸는데, 막상 해보니 느낀 게 많았다. 1차 때는 의욕이 앞서서 내 기준으로 피드백한 적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멘티 입장에서는 압박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2차에서는 먼저 듣고 질문으로 유도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멘토링을 녹음해서 AI로 피드백을 받아보니 멘티들이 더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스로 생각해볼 시간을 줘야겠다는 걸 캐치할 수 있었고, 그걸 바로 다음 멘토링에 반영하면서 점점 익숙해졌다.
이런 활동들이 내 동기부여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롤모델을 정해두고 “그 사람처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요즘은 누군가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뭘 더 키워야 하지, 라는 쪽으로 고민이 바뀌었다. 이쪽이 덜 지치고 더 하고 싶게 만든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지?”라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실무
하반기에는 AI 활용이 실무에 자리를 잡으면서 손이 닿는 영역이 넓어졌다. 백엔드만 하던 것에서 프론트엔드, 통계 시각화, AI 분석까지 건드리게 됐다.
통계 도메인을 리팩토링하고 AI 분석 기능을 개선하면서는,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것보다 이 데이터를 어떤 포맷으로 보여줘야 원장님들이 가치를 느낄까를 더 고민하게 됐다. 분석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러운 UX를 만들려고 동기 처리를 비동기로 바꾸고 WebSocket을 붙이기도 했다.
10월부터는 환자 앱 쪽으로 전환해서 혈압 관리 기능을 맡았다. 어렸을 때부터 나도 혈압이 높아서, 환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더 편할까, 더 쉬울까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됐다. 기획도 하고 프론트도 하면서 의사와 환자 양쪽에서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돌이켜 보면 기능을 만드는 것에서, 이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고민하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간 하반기였던 것 같다.
달라진 독서의 방향
올해 독서에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원래는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좀 달라졌다.
“주니어 백엔드 개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실무지식”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루퍼스에서 배운 내용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한 번 읽고 넘기기엔 아까워서 2회차는 내용을 정리하면서 읽고 있고, 3회차는 스터디로 읽어보려고 한다. “가상 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도 다시 읽고 있는데, 실무에서 설계할 때 내 시야가 좀 좁았다는 걸 느꼈다. 서비스가 커가는 과정까지 고려하는 관점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다.
여러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온전히 이해하고 실무에서 써먹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나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 개발자일까” 아직 답은 모르겠다. 글쓰기나 멘토링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다.
26년에는 좀 바꿔보려는 게 있다. AI가 빠르게 좋아지는 만큼 구현보다는 도메인 이해와 설계에 시간을 더 쓰려 한다. 헬스케어 도메인에서 서비스 성장을 대비하는 게 당장의 목표인데, 요새는 헬스케어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를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학습 방식도 바꿔보려 한다. 책만 읽는 인풋에서 그치지 않고, 배운 걸 사이드 프로젝트에 녹여보고, 글로 써보고, 누군가에게 설명해보는 식으로 아웃풋을 늘리는 것. 루퍼스에서 배운 것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5년에 바뀌기 시작한 것들을, 26년에는 좀 더 의식적으로 이어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