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개발자 회고
들어가며
25년도는 실무와 대외활동을 통해 기술적 깊이를 더해가고, 배움을 공유하는 한 해였다. 올 한 해를 회고하며 어떤 경험을 했고,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되돌아보려 한다.
실무에서의 성장
안정성부터 잡기
상반기에는 데드락, 동시성 제어 등 조금 더 깊이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여나갔다.
마케팅 동의 이력 업데이트 시 데드락이 발생하면서 데이터 정합성이 깨지는 문제가 있었다. 락 타임아웃 알림은 왔는데 데드락 로그는 남지 않아서, 우선 그 이유부터 파헤쳐나갔다. 단순한 방법부터 성능 개선을 포함한 방식까지 여러 해결책을 비교했고, 해결 과정을 글로 풀어냈다. 이 글이 글또 백엔드 파트 큐레이션 글로 선정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예약 시스템에서는 동시성 제어를 위해 여러 가지 락 방식을 비교해보고, 최종적으로 분산 락을 적용했다. 예약 추가, 삭제 시 오버부킹이 사라지면서 병원 원무과 분들의 업무 혼선과 환자분들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었다.
원격 진료 서비스는 간헐적으로 진료 중간에 끊기는 증상이 있었는데, 네트워크 변화를 감지해 WebRTC 연결을 재연결하는 로직을 추가하여 기능을 안정화시켰다.
신입 개발자 분들이 “코드 리뷰 요청 좀 해주세요~” 라고 구두로 요청하는 비효율이 보여서, MR 시 자동으로 리뷰 요청 알림 & n8n으로 AI 코드 리뷰를 만들어 팀의 코드 리뷰 효율을 높였다.
영역 넓히기
하반기에는 AI 활용으로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업무 영역이 넓어졌다. 백엔드를 넘어 프론트엔드 개발과 기획에도 참여하게 됐다.
통계 도메인을 리팩토링하면서 사이드 패널 화면을 개선하고, AI 분석 기능을 개발하면서는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야 병원 원장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결과를 줄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 이후에는 환자 앱 도메인을 맡게 됐다. 혈압을 기록하고 건강검진 데이터를 연동하는 기능을 만들면서, 환자가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서비스를 사용할까, 어떤 기능을 줘야 가치를 느낄까에 대해 많은 시간을 쏟았다.
하반기에 느낀 건, 점점 기능 구현 자체보다 이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우고, 알려주고, 고민하기
대규모 트래픽을 다루는 기술을 배워보고 싶어 루퍼스 백엔드 2기를 10주 동안 진행했다. 수료 후에는 3기 엔젤을 신청해 새로운 기수분들의 학습 적응을 돕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운 것도 좋았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실력을 쌓아나가는 경험이 더 기억에 남는다.
6월과 12월에는 크래프톤 정글에서 팀 프로젝트 멘토링을 진행했다. 멘토라는 역할이 처음이었기에 부담이 컸는데, 막상 해보니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첫 팀에서는 의욕이 앞서서 내 기준으로 피드백한 적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멘티 입장에서는 압박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두 번째 팀에서는 그 경험을 토대로 방식을 바꿨다. 멘토링을 녹음해서 AI로 피드백도 받아봤는데, 멘티들에게 더 말할 기회와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걸 캐치할 수 있었고, 바로 반영하면서 점점 익숙해졌다.
이런 활동들이 내 동기부여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롤모델을 정해두고 “그 사람처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는데, 요즘은 누군가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뭘 더 키워야 하지, 라는 쪽으로 고민이 바뀌었다. 이쪽이 덜 지치고 더 하고 싶게 만든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지?”라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달라진 독서의 방향
올해 독서에서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원래는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편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주니어 백엔드 개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실무지식”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루퍼스에서 배운 내용이랑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한 번 읽고 넘기기엔 아까워서 2회차는 내용을 정리하면서 읽고 있고, 3회차는 스터디로 읽어보려고 한다. “가상 면접 사례로 배우는 대규모 시스템 설계”도 다시 읽고 있는데, 실무에서 설계할 때 내 시야가 좀 좁았다는 걸 느꼈다. 서비스가 커가는 과정까지 고려하는 관점이 부족했던 것 같아서다.
여러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온전히 이해하고 실무에서 써먹을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나는 다른 개발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아직 잘 모르겠다. 막연하게 테크니컬 라이팅에 조금 더 집중해볼까? 멘토링 경험을 더 쌓아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이 물음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AI가 개발 생산성을 많이 향상시켜주면서, 도메인 이해도를 높이고 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설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자체를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25년은 사용자 가치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배움을 나누는 데서 새로운 동기를 찾기 시작한 해였다. 26년에는 그 변화를 좀 더 의식적으로 이어가려 한다.